[인터뷰+] "고치고 또 고치고…" 손원평, 절박감 인내하며 맞은 '침입자'란 기적

입력 2020-06-17 10:01   수정 2020-06-17 10:13


"수도 없이 시나리오를 고치려니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힘들었어요. 영화 한 편을 완성시킨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 감사한 일이죠."

손원평 감독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영화 '침입자'는 30번의 퇴고를 거쳐 많은 스태프들의 피 땀 눈물이 더해져 코로나19 시국에 어렵게 개봉됐다. 영화계 가장 어려운 시기, 개봉 첫 단추를 채운 이 영화는 개봉 후 2주 동안 45만 관객을 들이며 견인하고 있다.

손 감독은 "꿈만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몇 차례나 개봉을 연기했고, 수개월째 인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침입자'는 영화 한 편을 넘어선 의미를 갖게 됐다. 몇 달 만에 관객의 발걸음을 견인하는 첫 영화가 됐기 때문"이라며 "막상 개봉되니 감개무량하고 후련하다"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가정을 꾸린 손 감독은 '낯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가족이 생긴다는 건 새로운 우주가 열린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감독은 '가족'이라는 개념의 이중성에 주목했다. "친숙하고 보편적인, 누구나 가족이란 범위안에 들어있는데 남들은 모르는 비극과 비밀, 어두움이 있는 곳이 가족이라고 생각해요. 반면 안온하고 언제나 돌아갈 곳이라는 느낌도 있죠.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아몬드'가 '침입자'가 탄생하게 됐어요."


영화 '침입자'는 실종됐던 동생 유진(송지효)가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김무열)이 동생의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서진 캐릭터가 떠안은게 많아요. 불안정하고 트라우마가 있고. 현시대의 가장을 대표한다고 생각해요. 장남이기에 많은 것을 누렸지만 가족의 비밀을 떠안게 됐고, 경제적으로 가족을 부양하기도 하죠. 서진을 보며 젊은 가장들이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진 역의 송지효는 그가 출연 중인 SBS 예능 '런닝맨'과는 색다른 모습으로 연기 변신에 대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원평 감독은 송지효에 대해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다.

"김무열이 작은 표정과 행동에 개연성을 가지고 표현해 간다면 송지효는 이야기 전반을 장악하고 있어야 해요. 어느 시점에 등장해 이질성이나 공포를 주는 캐릭터라 어떤 수위로 표현할지 너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저는 TV를 잘 안봐서 예능의 이미지는 몰랐고, '여고괴담'때부터 서늘한 재료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2001년 영화지 '씨네21'을 통해 데뷔한 영화 평론가이자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하며 감독으로 커리어를 쌓아왔다. 단편 '인간적으로 정이 안가는 인간 ', '너의 의미', '좋은 이웃' 등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이후 손원평 감독은 첫 장편소설 '아몬드'를 통해 2016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고, 40만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후엔 일본'2020 서점대상'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기리도 했다. 손학규 전 의원의 차녀이자 성공한 소설가인 손 감독. 그는 "소설가로 먼저 알려졌지만 저는 항상 영화인이었다"라고 밝혔다.

손 감독은 "솔직히 영화 데뷔 과정이 참 오래걸렸다. 시장에서 내 작품이 선택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도 많았고, 선택 중 하나가 '침입자'다. 첫 데뷔가 너무 어려웠다"며 털어놨다.

"나의 일을 그만두면 안되겠다는 절박감이 있었고, 글을 쓰는 것은 혼자의 동력으로 해야 하는 일이에요. 아무도 날 원하지 않는데 창작을 해야 한다는 게 고통스럽죠. 우리나라 영화계엔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의 분리가 덜 된 것 같아요. 감독 데뷔를 하려면 감독 자신이 직접 써야하죠.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고. 거장인 박찬욱, 봉준호 감독도 자신의 세계관을 투영하기 위해 그렇게 하시지 않나요. 연출은 가서 찍으면 되는데 시나리고 쓰는 게 너무 힘들어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손 감독이 영화를 놓지 않은 주효한 이유는 바로 '창작'에 대한 욕구였다. 그는 "그만두려고 할 때쯤 희망고문 같은 게 온다"며 웃었다.

"처음엔 잘 됐어요.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다녔는데 봉준호 감독 후배이기도 해요. 졸업 작품이 상을 받고 데뷔가 빨리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 단계 도약하는 게, 상업영화 찍는 게 죽어도 안되더라고요. 어쨌든 영화를 그만둔 적은 없어요. 어려움을 타계하는 방법은 작업 뿐이에요. 단순히 즐겁다고 볼 순 없죠, 무척 괴롭지만…창작을 함으로서 의미를 찾는 거에요."

앞으로 손 감독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을 특별하게 풀고자 하는 욕망이 있어요. 예전처럼 다작 할 수 있는 시대도 아니고, 계속 영화 하다보면 인생이 다 가겠구나…행복할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궁금증을 가지게 됐어요. 물론 지금 불행한 것은 아니에요.(하하) 영화는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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